인천에서 가성비 있게 신랑 예복 맞추기 과정

 결혼 준비를 하면서 사실 예복에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결혼 준비라는 과정 자체가 온통 신부 위주로 흘러가는 과정이기에 사실 신랑 예복은 신부 드레스를 빌리면 서비스로 빌려주는 것이나 빌려서 입고 말려고 했었죠.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예비신부가 드레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신랑 예복을 공짜로 대여해주는 업체에서 대여해주지 않는 다른 업체로 변경을 한 것이죠! 이 업체에서는 예복 대여를 하려면 무려 15만원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됩니다. 스튜디오 리허설 촬영에 본식까지 합치면 최소 2회를 빌려야 하고, 최소 30만원의 금액이 들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예복을 구매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대여비로 30만원을 날리느니 이 기회에 정장 한 벌 마련하는게 차라리 낫겠다라는 판단이 선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예복에 너무 큰 금액을 소비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평소에 정장을 잘 입지 않기 때문이죠. 패션에 대해 엄청난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리하여 저는 가성비 있게 예복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구매 조건

 저는 예복을 구매하는데 있어서 아래의 요건들을 세워놓고 구매 계획을 세웠습니다.

 

- 인천에서 구매할 수 있어야 함 (제가 인천에 살기에 가까운 곳에서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멀리 가기 귀찮음...)

- 최대 100만원 이하일 것 (자주 입지 않을 것에 너무 비싼 돈 쓰고 싶지 않음)

- 그래도 결혼식에 입을 예복인데 너무 후지지는 않아야 함 (이건 뭐 당연하겠죠?)

 

기성복 구매

 가성비 있게 예복을 준비할 수 있는 방법 중 대표적인 방법은 바로 기성복을 구매하는 방법입니다. 사실 예복을 맞춘다라고 하면 당연히 다들 테일러샵 같은 곳에서 맞춰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찾아보다보니 의외로 저처럼 가성비를 생각하시는 분들은 기성복을 활용하시는 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저처럼 표준 체형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기성복 브랜드를 활용하면 동일한 금액대 기준으로 맞춤예복 대비 오히려 더 좋은 원단을 사용한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죠. (물론 이것도 케바케이긴 합니다만...)

 

 그런데 사실 저에게는 이런 기성복 브랜드들도 다소 비싸다고 느껴지더군요; 보통 기성복으로 많이들 활용한다고 하는 브랜드들 (휴고 보스, 갤럭시, 타임 옴므, Theory 등)의 가격대를 보니 거의 100만원대 이상입니다. 그래서 좀 더 가성비 있는 브랜드들은 없을까 하다가 찾게 된 것이 바로 수트서플라이입니다. 아울렛 같은 곳에서 구매를 하면 50만원대 정도로 이태리 원단의 양복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이 곳에서 예복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하지만 저는 최종적으로는 기성복을 구매하지는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첫째로 턱시도 스타일의 라펠 수정 서비스, 예복 대여 서비스 등의 웨딩 특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점이 크게 작용을 했구요. 두번째로는 가격이 기성복 치고 생각보다 크게 저렴하지는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맞춤 정장 구매

 그래서 저는 맞춤 정장을 구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만약 기성복과 금액대가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라면, 인생 최초로 정장을 한번 맞춰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죠. 물론 저렴한 가격대의 맞춤 정장이 높은 퀄리티를 가지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내 몸에 딱 맞는 정장을 한번 맞춰보는 경험을 한 번 쯤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컸습니다.

 

 그런데 맞춤 정장을 알아보면서 정장 맞춤에도 사실 두 가지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스포크와 수미주라가 바로 그것이죠. 

비스포크 (Bespoke) - 수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제 정장은 이 비스포크 방식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영어 'Been spoken for'이라는 말에서 유래하여 고객이 요청한 그대로 재단사가 원단을 가지고 완전 수제 방식으로 만드는 방식을 뜻하는 것이죠. 전통적인 정장 제작방식 그대로 만들어지는 방식이며 보통 비접착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OTM(Order to made) 방식이라고도 불리웁니다.

 

수미주라 (Su misura) - 반수제

 수미주라는 이태리어로 치수를 잰다라는 뜻이어서 사실 비스포크와 동일한 의미라고 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도 '반수제' 제작 방식을 수미주라라고 부릅니다. MTM(Made to measure) 방식이라고도 불리우죠. 수미주라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비스포크와 달리,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패턴과 표준 도면을 바탕으로 고객의 사이즈를 채촌한 후 해당 치수를 기준으로 기존 도면을 조금씩 수정하면서 제작하는 방식입니다. 보통 접착식 또는 반접착 방식을 많이 사용하며, 물론 MTM임에도 비접착식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크게 두 가지의 방식이 있는데, 설명을 보시면서 얼추 느낌이 오시겠지만 당연히 두 방식 중에 완전 수제 방식인 비스포크 방식이 더 비쌉니다. 그래서 저는 가성비를 위해 당연히 수미주라로 가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사실 이왕 맞춤인데 비스포크로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에서 보게 된 어떤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의 이 말을 보고 수미주라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양복을 자주 맞춰본 사람들은 당연히 비스포크(Bespoke)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에겐 굳이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가 다 알 것이다."

 "그런데 결혼 준비를 계기로 정장을 처음으로 맞춰보는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비스포크 방식을 권하지 않는다. 본인이 원하는 패턴, 디자인 디테일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비스포크 방식으로 비싸게 맞춤을 해봐야 만족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비스포크 정장이 주는 감성적인 만족감을 도대체 어떻게 느낄 것인가? 처음 맞춰보는 정장이라면 차라리 맞춤정장 프랜차이즈로 가라"

 

 저는 이 글을 보고 맞춤정장 프랜차이즈에서 수미주라 방식으로 가성비 있게 구매를 해야겠다 라는 결심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또 어떤 프랜차이즈를 결정할 것인가의 기로에 섰습니다. 

 

프랜차이즈 업체 선정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도 정말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예복 맞춤을 하는 프랜차이즈들이 가격표를 투명하게 오픈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죠.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웨딩업체와의 제휴 때문입니다. 보통 웨딩업체와 제휴되어 있는 맞춤정장 샵들은 거래 성사 시 30% 내외의 수수료를 웨딩업체에 지불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만큼 예복의 가격은 당연히 비싸질 수 밖에 없겠죠. 게다가 제휴된 업체들 사이에서도 경쟁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마케팅(프로모션) 노력도 더해져야 합니다. 이러한 비용들도 모두 예복 가격에 추가되는 것이죠.

 

 이러한 과정 속에서 맞춤예복의 가격에 비정상적으로 거품이 붙게 됩니다. 웨딩업체와 제휴된 프랜차이즈들의 경우 대부분 수미주라(MTM)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실제 금액은 비스포크 방식으로 제작 시의 비용과 맞먹게 되거나 그 수준을 초월하게 됩니다. 그 결과로, 가격표를 투명하게 오픈할 수가 없는거죠. "비싸니까요". 게다가 잘 모르는 고객들에게 자신들이 반수제(MTM) 방식으로 정장을 제작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비스포크인 척"을 하기도 하죠.

 

 저는 그래서 웨딩업체와 제휴된 예복 업체들도 과감히 거르기로 했습니다. 인천에서 테일러샵을 검색했을 때 그렇게 많이 뜨던 업체들이... 제휴된 업체들을 싹 제거해보니 얼마 남지 않더군요.

 

 

루쏘소 (Lussoso)로 결정

 저는 최종적으루 웨딩업체와 제휴가 되어있지 않은 루쏘소(Lussoso)에서 예복을 맞추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많은 업체들 중에서 루쏘소를 결정한 이유는 '투명한 가격 공개'와 '웨딩 패키지 프로모션' 때문입니다. 게다가 루쏘소에서는 월마다 SPOTLIGHT DEALS 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는데, 제가 진행한 4월의 프로모션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태리 구아벨로 원단으로 웨딩 풀 패키지 구매 시 75만원에 예복을 맞출 수 있었죠. (수제화, 맞춤셔츠, 넥타이, 촬영용 예복 대여 등 포함) 

 

루쏘소 21년 4월 프로모션 (월마다 다른 프로모션 진행)

 저는 가격 측면에서 루쏘소에 상당히 만족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처럼 가성비를 중시하시는 분들에게는 루쏘소를 강력하게 추천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 구아벨로 원단으로 정장을 맞추려면 타 업체에서는 최소 100만원 이상씩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루쏘소에서는 75만원에 셔츠에 수제화에 촬영용 예복까지 제공해주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가격 측면에서는 아마 이 곳을 뛰어넘을 업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쉬웠던 점 및 고려해볼 점

 하지만 루쏘소가 무조건 최고라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의 내용들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프로모션의 내용은 월마다 바뀐다. 자신이 필요할 때 프로모션 내용이 마음에 안들지도?

- 저렴한 가격인 만큼 접착식으로 제작

- (제 경우) 촬영용으로 대여한 예복의 자켓이 다림질이 이상하게 되어 있어서 집에서 다림질을 직접 다시 했음..(아쉬움)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업체로부터 어떠한 것도 제공받지 않았습니다.